Q : 동물병원에서 강아지 예방접종이 끝날 때가 되니 동물등록을 하라고 하네요. 꼭 해야 하는 건가요?
A : 동물등록제는 잃어버린 반려견을 찾는 단서로 사용하거나 보호자가 개를 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4년부터 의무화했습니다.
반려견을 잃어버리는 일은 빈번히 발생합니다. 요즘처럼 대부분의 주거지가 아파트와 같은 집합건물이 된 상황에서는 집을 나온 개가 다시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럴 때 동물등록제가 큰 역할을 합니다.
동물등록은 주사기를 이용해 등쪽 피부에 내장형 무선식별장치를 삽입하거나 목에 외장형 무선식별장치를 다는 방법, 또는 애완견에게 동물정보가 적힌 인식표를 달아주는 방법으로 시행합니다.
동물등록제 시행 초기에는 중국산 저가 내장형 무선식별장치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피부에 염증이 생기는 부작용이 드물게 발생했습니다. 부작용 사진이 인터넷상에 떠돌면서 내장형 무선식별장치에 대한 괴담이 확대 재생산되기도 했지요. 그러나 최근엔 엄격한 관리시스템을 거쳐 내장형 무선식별장치를 생산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외장형 무선식별장치(왼쪽)와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여러 방식 가운데 외장형 무선식별장치나 인식표는 잃어버린 개를 찾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반려견이 불편해할까 봐 집에서는 외장형 무선식별장치 혹은 인식표를 채우지 않고 있다가 산책 나갈 때만 채우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반려견을 잃어버리는 대부분의 경우가 산책 때가 아니라 가족들이 출근할 때나 부주의하게 현관문이 열려 있을 때 개가 집 밖으로 나가면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집을 나간 개는 외장형 무선식별장치나 인식표를 차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동물등록을 했다고 해도 찾기 어렵습니다.
과거 동물병원에 길 잃은 개가 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내장형 무선식별장치를 인식하는 리더기로 목 부분을 스캔해본 결과 다행히 마이크로칩이 내장돼 있었습니다. 동물등록정보를 찾아보니 ‘짱이’라는 이름의 개더군요. 바로 보호자에게 연락했지만 보호자는 덜 닫힌 문 틈으로 짱이가 집을 나간 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하마터면 이산가족이 될 뻔했지만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덕분에 짱이는 주인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길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반려견들은 유기동물 관리규정에 의해 지방자치단체가 포획한 후 유기동물보호소로 보내집니다. 그곳에서 유기동물 공고를 올리고 10일이 지나도 보호자가 찾으러 오지 않으면 지자체가 알아서 처분하는데, 대부분 안락사되곤 합니다. 보호소의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급성 전염병에 감염돼 며칠 만에 죽음을 맞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랑하는 반려견이 이런 끔찍한 상황을 맞지 않게 하려면 내장형 무선식별장치를 삽입해 동물등록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버려지는 동물의 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해에 8만마리 정도가 주인에게 버림받습니다. 처음부터 반려동물을 버려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키우다보니 사정이 생겨 부득이하게 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버리는 것은 동물학대 행위입니다. 이를 예방하는 구체적 방법이 내장형 무선식별장치입니다. 외장형 무선식별장치는 개를 버리려는 보호자가 떼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에 유기견 방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를 고려하면 동물등록이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형태로 통일돼야겠지요.
동물등록은 생후 3개월 이후에 동물병원에서 할 수 있습니다. 동물등록제는 실종사고와 개를 버리는 학대행위로부터 반려견을 보호하는 방법이자 지켜야 할 의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박종무<평화와생명동물병원장>
